부활 제2주간 금요일 강론 (요한 6,1-15)
찬미 예수님!
오늘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제 서품동기 중에 김홍석 요나 신부님이라고 계신데 그분이 한날 오전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 미사 후 차량 축복식 있습니다!"라는 사무실 자매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를 마치고 차량 축복식을 하기 위해 성당 마당으로 내려갔는데 아무리 둘러 봐도 축복을 받아 마땅한 차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그 동기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자매님! 오늘 축복식 있는 거 맞아요?"
"네! 신부님 틀림없어요! 정 데레사 자매님 찬데...아, 저기 저 차에요!"
성당 마당 한 구석에 주차되어 있던 문제의 그 차는 다름 아닌 기아에서 나온 단종 된 세피아 96년식이었다. 차량 축복이라면 의례 새차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자매님도 그런 주례 사제를 의식하였는지 갑자기 차학(차량학대)을 하셨다.
"신부님! 고물차라 놀라셨죠?" "아니요, 그럴리가요... -ㅅ-; 자매님! 인생의 첫차이십니까?" "네! 일단 익숙해 질때까지 잘 타 보려구요!"
"정성을 다 해 축복하겠습니다.
하느님은 새것도, 헌것도 모두 새롭게 하시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축복식.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은 찬미 받으소서. 이 차가 얼마나 더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한 바퀴가 돌아가는 순간까지 이 차의 주인인 정 데레사 자매님을 안전하게 모셔 주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또, 약간은 세속적이었던 나의 마음의 잘못을 씻어 버리며 성수를 열심히 뿌렸다.
인간만이 새것 헌것을 따진다. 하느님이 언제 우리를 보시고...
"이런 관리 제대로 안된 헌 인간아!" 라고 하시며 질책하시던 적 있던가?
나도 어디서 그런 말이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내가 자매님께 한 말처럼 '새것도, 헌것도 모두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 께서 오늘, 고물 자동차 한대를 주님의 거룩한 자동차로 성별(聖別)하시다. 아름다운 이야기죠 여러분?
제가 주님의 모습 중에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보잘 것 없다 하지 않음입니다.
오천 명에게 어린아이가든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정녕 우리의 세속적인 눈에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주님은 그것을 두 손 가득히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의례껏 괜찮다 충분하다 하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고 힘을 주시는 주님의 그 넉넉함을 그 위로를 닮고 싶습니다.
우리는 자주 뭐하느냐 뭐, 그래서 되겠느냐고, 겨우 힘겹게 서있는 이들의 어깨를 누르는 말을 하지만, 주님은 언제나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해보라며 할 수 있다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오늘은 그분의 위로를 그 축복을 나누는 하루가 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