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강론 (루카 1,26-38)
찬미예수님!
원래는 오늘 강론은 이런 말도 안 돼는 상황 안에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고 믿는 성모님의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몇 주 전에 휴대폰에 전화번호 한명을 바뀌었다 그래서 지운다는 게 전체 삭제가 되었습니다. 참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전화 했는데 누구세요라고 말하는 웃긴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입학동기중에 이광우 토마라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입학할 때 참 맑은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가을에 밀양에 표충사를 거쳐 소풍을 가는데 여긴 비구니들이 사는 절이라고 누가 알려 줬는데 그 토마 신부님이 비구니를 미군으로 잘 못 듣고 미군이 주둔해 절에 왜 미군이 주둔하는데 묻곤 했습니다. 좀 사오정기가 있어서 그런 일이 자주 있곤 했습니다. 수업 때도 뭘 그리 많이 받아 적는지 교수님 한숨까지도 받아쓰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이런 문자가 제게 왔습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부모님께서 출근길 교통사고 나서 응급실에 구급차로 실려 갔다고 병원에서 전화 왔어요ㅜ 기도 부탁드려요ㅜ 저는 괜찮은데 부모님사고는 알려서 많이 기도해주시길ㅜ 주님께서 또 이번 두 번의 연속된 교통사고로 무엇을 던져주시고자 하시는지ㅜ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제 사고소식을 전했으면 부모님도 더 조심하셨을 텐데ㅜ 기도 부탁드려요 미사 중에 기억해주세요- 박무자 젤뚜르다. 이종한 에제키엘. 이광우 토마스 사제위해ㅜ 모두안전운전하시구요ㅜ”
전 문자를 받고 누가 신자가 보냈나하고 제 입학동기 신부님 이름이 있기에 사고 났나하고는 그 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했더니 그 토마스 신부님 이었습니다. 그 신부님께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자기는 지난주에 고속도로에서 사고 났는데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연락드리지 않고 병원에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부모님이 교통사고 나셔서 의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우야 응 나 10시 미사니깐 미사 중에 기억할게 조리 잘하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나라면 교통사고 나고 또 부모님이 의식 없이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들었을 때 그처럼 “주님께서 또 이번 두 번의 연속된 교통사고로 무엇을 던져주시고자 하시는지”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 했을 때도 주님의 섭리라는 말은 차마 제 양심상 못하였습니다. 그냥 광우야 미사 중에 기억할게 힘내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아마 저도 나중엔 많은 일들 안에서 주님이 이일을 통해서 무엇을 던져 주시고자 할까요? 라고 묻게 되겠지만 어쨌든 한편으로는 슬프면서 한편으로는 그 믿음이 대단했습니다.
사실 오늘 성모님도 믿음으로는 성령에 의한 잉태이지만, 단순히 사건만 보면 미혼모가 아이를 낳는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 안에서 주님이 함께한다고 믿으신 분이 성모님입니다.
오늘 우리의 믿음은 어떠한지 잠시 우리 자신의 믿음을 돌아봅시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