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목요일 강론 (마태 22,1-14)
찬미 예수님!
그리고리오 성인께서 오늘 복음의 예복, 영혼의 예복이 무엇인지를 잘 풀이하신 설교중의 한 대목을 저의 강론을 대신해서 들려 드리겠습니다.
형제 여러분, 그대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미 혼인 잔칫방, 곧 거룩한 교회 안에 들어왔으니, 임금님께서 여러분 영혼의 예복 때문에 꾸짖으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말씀을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았다”(마태 22,11).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혼인 예복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혼인 예복이 뜻하는 바는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룩한 교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신앙도 지니고 있지만 사랑이 없는 자는 혼인 잔치에는 들어갔지만 예복을 갖추지 않은 사람입니다. 사랑이 혼인 예복이라는 말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신랑이신) 우리 구세주께서는 (신부인) 교회와 한 몸을 이루시려 혼인 잔치에 오셨을 때 사랑을 입으셨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어주셨다”(요한 3,16). 이처럼 사랑을 통하여 인간에게 오신 분께서는 이 사랑이 바로 혼인 예복이라고 밝혀주십니다. 여러분 모두는 교회 안에서 살고 있고 하느님을 믿고 있으니 이미 혼인 잔칫방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은총을 지키지 않는다면 혼인 예복 없이 들어와 있는 셈입니다.
- 대 그레고리오, 『설교』 38장 11절 -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는 모두 세례로써‘눈에 보이는 교회’(가시적 교회) 안에 들어왔지만,‘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비가시적 교회) 안에는 오직 사랑으로써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례 받고 눈에 보이는 교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에만 안도하며 사랑에 게으른 사람은, 등잔만 마련해 놓고 사랑의 기름은 채우지 않은 채 미련하게 잠만 자는 어리석은 여인과 같고, 또 사랑의 예복도 없이 죄악의 누더기만 걸친 채 혼인 잔칫집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비렁뱅이와 같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사랑을 닮아 사랑의 예복을 잘 다려입고 미소 짓는 하루를 보내도록 합시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