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수요일 강론 (마태 20,1-16)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은 주인공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나 이야기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포도밭의 주인 곧 하느님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두고 읽으면 아침 일찍 포도밭에서 일한 일꾼에게나 해질녘 늦게 포도밭에 온 일꾼에게나 똑같이 후하게 쳐주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어떤 이는 일찍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아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자마자 세례를 받아 주님의 자녀가 된 이들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생의 끝자락에 가서야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대세로 주님의 자녀가 되어 눈을 감게 된 이들도 있습니다.
일찍 주님의 자녀가 되었든, 생의 끝자락에서야 주님을 알게 되었든 주님의 자비는 한결같고, 그분의 너그러움은 모든 이에게 꼭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의 주인공을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일꾼에게 둔다면, 이 이야기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가 되고, 포도밭 주인은 호랑말코 같은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일찍부터 일한 일꾼의 입장에서 오늘 복음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의 너그러움 마저 질투하고, 하느님의 나라 또한 자신이 무엇인가 댓가를 지불하고 얻어내는 그러한 나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지면서도 마치 하느님과 흥정하듯 신앙의 열매로 자신의 이익을 요구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때로 하느님의 협박(?)한다면 아마 그건 아직 우리가 오늘 복음의 주인공을 포도밭 주인이아니라, 일꾼에게 곧, 자신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음 안에서 아버지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리며, 그분의 너그러움을 닮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