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간 수요일 강론 (루카 14,25-33)
찬미 예수님!
전례력으로 마지막 즈음인 오늘 여러분은 주님을 위해 무엇을 버렸습니까?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무엇을 버렸습니까 라고 묻게 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은 제 강론을 대신해서 정호승 시인의 그는 이란 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촞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여러분이 죽음의 순간에 주님 앞에서 자신의 자리와 이름표가 아닌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채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잠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