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 미사 강론 (마태 25,1-13)
찬미 예수님!
교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이 가까운 11월을 교회는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며 모든 성인 대축일 그리고 위령의 날을 시작으로 위령성월을 보내게 됩니다.
흙에서 난 사람이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지상의 여정 중에 있는 교회가 자신이 돌아가야 할 자리를 잊지 않기 위해 이번 달을 위령의 달로 보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 처녀 모두 다 같이 신랑을 기다렸고, 다 같이 기다림의 고단함 속에 지쳐 잠들기도 했고, 그리고 다 같이 등불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원을 생각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기름을 준비했던 다섯은 생각지도 않은 날에 오시는 신랑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은 등불을 가졌으나 그 안이 기름이 채워져 있는가는 주님만이 아십니다. 제가 어제 미사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삯꾼과 목자는 인간의 눈에는 다를 것이 없어 보이고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삯꾼과 목자 모두 양과 더불어 지내기 때문입니다. 양과 더불어 먹고, 마시고, 쉬며 일상을 살아가지만, 위기의 순간에 마지막 때엔 그들은 구별 됩니다.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마치지만, 삯꾼은 양들을 버리고 달아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마지막 때에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모두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모두다 기도의 삶을 살았으며, 모두다 신앙생활을 했지만, 우리의 등잔이 비어 있는가 아니면 기름으로 채워져 있는가는 주님 앞에서 숨김없이 갈릴 것입니다.
지상의 삶 안에서도 주님 안에서 영원한 삶을 기억하고, 주님의 마음을 닮아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선을 찾는 이는 마지막 날에 주님의 품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상의 일만을 생각하고,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인색함으로 움켜진 손으로 살아간 어리석은 이들은 흙의 인간으로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교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즈음인 오늘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고, 주님이 지니셨던 그 사랑으로 우리 등잔의 기름을 채워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잊지 말라.” (집회서 40,1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