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성당 그라시아 합장단의 연주/원해
짐도 풀지 않고 갔다.
일정보다 앞당겨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이 음악회 생각이 나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성당을 향했다.
늦게 도착한 터라 팜플렛도 받지 못하고 이층 구석진 곳에 자리잡았다.
이층이어서인지 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이런저런 움직임들이 있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함이 뼛 속까지 느껴지는 연주회였다.
이런 웅성거림 속에, 음색이 하나로 모이지도 않는 공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마음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모든 상황들이 연주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더구나 헐레벌떡 자리하고 앉은 나였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는 전율을 느꼈다.
능숙한 연주는 아니였지만 관객을 위해 봉사한다는 열정으로 정말 힘을 쏟고 있는 그들이었다.
멋진 하모니로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노래를 부르던 프로 성악가 두 분에게서는 음악적 감동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들의 연주가 프로이든 아마추어이든 그들에게 환호하는 박수소리는 똑 같았다는 것이다.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뜨겁게 격려하고 화답하는 박수 소리는 정말 내 마음을 뜨겁게 했다.
이 세가지의 감동은 그 순간 내가 교회 안에서 봉사자로서 자리했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했다.
때때로 나는 봉사를 하면서 다른 이들 보다 조금 드러나거나 지도해야 하는 자리에 있기도 했다. 아마 누군가의 눈에 미흡하고 어색한 몸짓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 곁에는 정말 돈독한 신앙심으로 겸손되이 봉사하는 그림자 같은 분들이 늘 함께해 주고 계셨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이 모든 일들에 교우들은 한마음으로 모이고 똑같이 격려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 부족함에 대해서 알아내는데 너무도 인색했다.
오늘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면서 그 환호소리를 내 안에 삼켰다.
첫째에게도 꼴찌에게도 너그러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는 주님의 일꾼이 되어야지.
첫째이건 꼴찌이건 내 앉은 자리에서 열정을 다하는 주님의 도구가 되어야지.
이 글을 쓰는 지금,
긴 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날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느낌을 가슴에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