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70.80 빅콘서트라고 들어보셨는지.........?
샌드페블즈, 라이너즈... 이 이름들을 기억하시는지.......?.
70년,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은 쉽게 기억 속에서 이들의 이름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이 이름들이 가지는 의미들을.... 그것이 나의 젊음이었음을.......
.................................................................................................................................................
70년대... 이제는 아득히 먼 과거인 듯 싶은 그때...
우리는 젊었습니다.
송창식과 이장희, 김세환, 서유석, 박인희, 어니언스.... 통기타의 투박함을 달래듯 철학이 깃든 이들의 음유적인 노래는 우리를 막걸리에 젖어 살게 만들었고....덩달아 파전으로 끼니를 때우는 밤이 끊임없이 이어지곤 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젊었고.. 그 젊음을 주체못해 이장희의 <마시자!! 한잔의 술~~~>을 꼬부라진 혀를 굴리며 발악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희미한 가로등을 부여안고 이어지는 토악질 중간중간의 쉼표마저... 인생을 토론하는 우리를 멈출 수는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나라가.. 민족이.. 세계가.. 토악질과 함께 쏟아져 나오던 자신만만한 우리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1977년 그들이 다가왔습니다.
기라성같은 기존 스타들을 밀어내며 커다란 파도처럼 굉음으로 순식간에 우리를 삼켜 버렸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강렬한 비트와 현란한 손놀림에서 터져 나오는 전자기타의 찢어지는 소음(?)으로 다가 왔습니다.
대학가 축제에서 슬며시 요동치던 파도가 1977년 대학가요제, 1978년 해변가요제를 계기로 어느새 커다란 해일이 되어.. 우리들을 마구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낙원나이트의 플로어여도 좋았고 동해안 어느 바닷가 하얀 백사장이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우리의 젊음은 마음껏 향기를 뿜어냈습니다.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만 외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이 시절은 그룹사운드의 황금기였습니다. 기타줄 하나 튕길 줄 아는 친구라면... 젓가락 장단이라도 능숙한 친구들이라면 그룹을 꿈꿨습니다. 가요제 참가를 꿈꿨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대의 신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그저 이름만 듣던 가수들에 의해서가 아니고, 항상 나와 같이 호흡하던.. 바로 내 곁의 친구에 의해서 말입니다.
<나 어떡해>의 샌드페블즈, <연>의 라이너즈, <구름과 나>의 블랙테트라, <그대로 그렇게>의 Fevers, <바람과 구름>의 장남들,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의 활주로, <불놀이야>의 옥슨80, <젊은 미소>의 건아들.....등등 이들이 우리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70년대 말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25년 정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나이 오십을 앞둔 지금 그들의 공연을 접하게 될 줄을 정말 몰랐던 나는... 그들의 변치 않은 성량과 온 몸을 던지는 감성에 절로 어깨 춤을 추었고.. 조금은 탁해진 목소리에 내 눈시울은 젖어갔습니다.
웬지 벌쭘하던 대공연장의 분위기는 채 한 곡이 다 불러지기도 전에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그렇게 젊어져 갔습니다.
잘 닦여진 구두발로 똑딱대던 중년은 어느새 온 몸을 뒤흔드는 젊은이가 되었고.. 힘든 삶의 무게를 아랫배에 종양처럼 지니고 있던 아주머니는 하얀 칼라의 어여쁜 여대생이 되었습니다.
그 오랜 세월을 단숨에 건너뛰어서 말입니다.
아들 딸들이나 흔들어 댐직한.. 빛나는 막대기를 손에 손에 들고서 우리는 그 어려움의 현실을.. 어둠의 공간을 마구 마구 밀어냈습니다.
진정코 내가 접했던 그 어떤 공연도 나를 이처럼.. 저 밑바닥부터 흔들어댔던 공연은 없었습니다.
세계가 감탄에 감탄을 연발한다는 앙드레 김의 무대도.. 예술의 전당에서 보던 세계적인 오페라도.. 마로니에 거리 작은 소극장의 일인극도.. 프라하의 허름한 극장에서 접하던 인형극 돈지오반니도.. 결단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던 대한민국의 발전을 함께했던 세대..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치며 뜨거운 아스팔트를 질주하던 세대.. 보리고개의 배고픔을 물배로 이겨내며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던 세대..
하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관록으로 짓누르는 선배들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세대.... 그 스트레스로 인해 40대 사망률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언제 꼬꾸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세대... 그리고 이젠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세대....
이런 모든 현실을 잊고.. 어제 나는.. 잠시나마.. 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널뛰는 듯한 음악들이 아닌... 물이 흐르듯 예측가능하게 이어지는 젊은 시절 나의 우상들의 음악을 타임머신 삼아... 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시간여의 그 시간이 나에겐 음악이 아닌 추억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난 울고 말았답니다. 바보같이....... 울 아내가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데 말입니다.
피에슈))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려 온 인생이라는 말을 쉽게 쉽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과연 앞만 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가끔은 멈칫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다 볼 수 있어야 우리의 삶이 더욱 의미있는 것이 아닐지요??
자.......어렵다지만... 우리 모두 힘냅시다. 우리가 누굽니까? 7080세대 아닙니까??
( 언젠가 7080콘서트를 관람하고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