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좋은 친구
[야곱의우물] 5월호 김태훈 신부
저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 자기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자고 초대합니다. 그 초대는 어떤 요구나 명령이 아닙니다. 가련하고 부서진 모습으로 다가와서 부탁하기 때문에 내 마음에 동정과 사랑이 일어 기꺼이 그 짐을 메고 가게 합니다. 억지로 끌려가듯이 지고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혼자 무겁게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와 함께 메고 그의 얼굴을 가까이 보며 그의 거친 숨결을 느끼고 그의 부르튼 손을 잡고 가기 때문에 짐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함께 있어서 기쁘다며 흐뭇하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면 더 깊은 우정이 솟아나기 때문에 짐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제가 힘들 때, 특히 버림받고 소외되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느낌을 받을 때, 홀로 있는 고통에 허덕일 때 그 친구는 자기 마음을 저에게 열어 보여 줍니다. 자기는 저보다 더 버림받았고 더 소외되었으며 더한 비난과 조롱 속에 있었고 처참한 고독 속에 있었노라고 솔직하게 자기의 비참함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저보다 더한 처지에 있는 그를 보면서 저는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이렇게 그의 몫은 저의 것이 되고 저의 몫은 그의 것이 되고, 우리가 서로의 짐을 나누면 우리는 다시 일어납니다. 나에게 이 친구는 너무나 좋은 친구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를 자주 함부로 대합니다. 평소에는 재미있는 친구들만 찾으며 버려두었다가 제가 어려울 때만 찾습니다. 그래도 그는 한 번도 저를 밉다고 하지 않습니다. 늘 저와 함께해 주고 저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줍니다. 반면에 저는 그를 만나도 뭘 주기보다 요구를 더 많이 합니다. 그래도 그는 저를 싫다고 하지 않고 청하는 것을 다 줍니다. 그리고 이 좋은 사람은 내가 친구 하자고 조르지도 않았는데 이기적이지만 한 저에게 먼저 친구 하자고 손을 내밉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그 친구의 이름은 예수입니다. 오늘 그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한 번이라도 기쁘게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