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마태 21,33-43.45-46)
찬미 예수님!
강론에 앞서 영화 이야기를 하나들려 드리겠습니다. 더 로드라는 영화입니다. 아마 보신분도 계실 겁니다. 저도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봤는데 그리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세계가 핵전쟁 후에 식물도 다 죽게 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 안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이 걷는 길을 조명한 영화입니다.
굶주림과, 비참함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의 일부는 사람들을 사냥해서 지하실에 가둬놓고 잡아먹는 잔인함도 나옵니다. 그 길을 아버지와 아들이 걸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희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는 인간을 먹지는 않을 거라 말하며 길을 걷다 사랑하는 아들을 남겨두고 죽게 되는 그런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다 얼마 전에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티랑 칠레가 떠올랐습니다. 혼돈과 비참한 상황 안에서 사람들은 방화와 약탈, 강간 등 인간으로의 존엄함을 잃고 짐승처럼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리스도인 역시도 주님의 약속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여정 중에 있는 타향살이 임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물질과, 제물만을 생각하고 ‘주님의 약속이 어디 있나 그냥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살면 되지’ 라고 말한다면 우리역시 영화 속의 잔인한 그들처럼 그리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소작인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실은 우리 모습입니다. 멀리 떠난 주인은 하느님입니다. 그 주인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그들은 주인을 생각지도 않고 살며 주인이 돌아온다는 것을 믿지 않고, 세상의 일만 생각했으므로 돌려줘야할 것을 돌려주지 않고 도리어 주인의 아들마저 죽인다는 사실은 이야기해 줍니다.
칠레가 어느 정도 치안이 안정되었을 때 칠레 시민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난한 부랑자들이 약탈하는 것은 이해가되는데 살만한 부자들이 같이 약탈을 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들으면서 세상의 부만 추구하는 이들이 약탈과 강탈을 일삼는 것이 실은 별로 이해하기 힘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주님의 약속을 마음에 두고 생활하는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살아내고 있는지 잠시 우리자신을 돌아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