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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깍기
  ۾ : 시몬수졦     ¥ : 09-05-28 16:54     ȸ : 2430     Ʈ ּ

연필 깎기 / 최규황


흑연을 찾기 위해
칼로 한올 한올 벗겨본다.
나뭇조각은 세상에 남아
그의 얼굴이 드러나는 과정을 증명한다.

나 그처럼
부딪쳐 깎아 내린다.
그 과정 안의 부스러기는
세상에 남아
사람의 뇌리에서
내가 "나" 되는 과정을 증명한다.


1)연필을 깎다.


누구나 연필을 깎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50원짜리 도루코 칼로 연필을 깎아 보았다.
그때의 그 느낌...
어머니가 옆에서 감독하고 계시고 나는 산수공부를 하다
일부러 꾀를 피우면서 연필심을 일부러 부러뜨리고선,
어머니에게 쉬는 시간을 요청한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깎아 주셨지만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부터는
어머니께서 칼을 내게 주셨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시간을 벌기 위한
영악한 꾀를 부려가면서 그렇게 깎았던 연필이었다.
하긴 나중에는 샤파라고 하는 이상한 기계가
집에 들어오더니만 더 이상은 연필심을 부러뜨리는 꾀를 피워도
어머니는 아주 동글동글하고 뾰족하게 연필을 깎아 오셨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하여간 그 샤파의 등장으로 나는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공부하곤 했다.


2)연필을 깎던 나를 잊어버리다.


그런데 그 느낌이 언제부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 샤프를 쓰기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일 것이다.
샤프심만 넣고 또각또각 거리면 잘 나왔으니까.
그러면서 한참을 잊고 지낸 연필을 깎는일.
한참 입시다 뭐다 해서 바쁜 나에게는
아니 우리세대들은 연필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필통대신에
형광펜, 수정액, 칼, 자, 지우개로 가득 차 있는 필통이
더 익숙했을 것이다. 그게 더 편했고,
우리가 커 가는 순간, 연필을 깎는 도루코는
벌써 옛날 이야기 일 테니까.


3)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철학"

그러고는 멋모르는 게 대학에는 들어왔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많이 있었지만
내가 흥미 있어 한 것은 바로 철학이었다.
만물의 원인은 물이다. 라고 말한
탈레스부터,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곧 존재한다.)"라고 말한
데까르트와 과정철학을 말한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와 그 존재 안에 들은 것이
무엇인가를 개개인의 이성으로 생각했고 또 사람들을 설득시켰다.


4)연필을 깎을 때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내다.


나는 이런 말들을 듣고 "이 사람들의 생각은 좋지만
실생활에는 별로 적응이 되지 않겠는걸.."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깜박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나"라는 존재다. 나라는 존재.
문득 나라는 인간이 연필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커가면서 자신을 깎는다. 중학교 입학해서는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리고 커서는 자신의 행동들을 절제해야 하기에
마음의 칼로 자신을 다스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느 누군가에 의해 작아지고 또 참고, 줄인다.
그래야만 성인(成人)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사람에게 사회가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가 바라는 대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혹은 또 자신이 바라는 대로 줄이고, 참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함으로서 나는
마루에 쭈그려 연필을 깎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그땐 자신을 깎아야 하고,
또 절제를 해야한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연필을 깎던 내 어릴 적의 모습과
지금의 나를 절제하는 모습이 적당히 연결되는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겐가 한마디 충고를 듣는다.
"절대 그러지 마라."
그러면 내 이성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
이게 바로 자신을 깎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조언과
혹은 어떤 가혹행위(매...라든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5) 깎여진 나를 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


문득 나는 옛날을 생각할 때가 있다.
옛날엔 무지 별종이라던 어머니의 말은 지금 나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아무데서나 가서 놀지 않는다.
온몸을 흙탕물로 범벅해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말장난 치지 않고 욕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한밤중에 떠들지 않는다.
물론 옛날에는 흙탕물로 범벅이 된 몸으로 집에 들어왔고,
시끄럽게 떠들었고, 험한 욕을 함부로, 그 뜻도 모르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성을 가진 사람이고, 주위의 요청과
또 나 자신의 요청으로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나만의 것이 아니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이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 다면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어느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다.
수많은 약속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6) 나만의..특별한 나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나를 보았다.
그렇지만 나는 내 삶을, 내 자리를 지켜가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았다. 그런 내가 연필을 깎는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만 깎여져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직 더 깎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최규황"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
외적으로는 염색이라든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바라고,
내적으로는 생각을 할 때, 분명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자신감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은 내가 분명히 원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난 아직 세상을 많이 살아보지 못하였다.
물론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때까지 나는 "자신감"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살게되겠지....
그리고 삶의 순간순간에 "내가 원하는 나"가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보통사람들...그저 보통인 게 자신의 전부인 것은 내 몸 자체가 거부한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7)난 다시 연필을 깎는다.


난 이 글을 쓰고 방에 들어가 연필을 깎아보려고 한다.
지난 내 어린 삶의 시절에서부터 지금의 나까지,
한번 쭉 훑어 보고싶다.
아직 다 찾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찾은 그 기쁨에 연애편지 수십 번 보듯이
한번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오늘 밤, 나는 조용히 연필을 깎는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내 마음에 드는 나만의 나, "나"라는 연필은 과연 어떤 모양인지...."
(FIN

미카엘롦   09-05-28 17:54
연필 깍다가 손을 베어 본적 있어요.. 아팠지만 많이 배웠지요.ㅎㅎ 그 후로 나는 참 연필을 잘 깍았었는데...지금 나의 연필을 돌아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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