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신뢰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고 다리를 절뚝이던 소년은 루르드에 가서 성모님께 열심히 기도하면 다리가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차를 타고 루르드를 찾아갔다.
그 소년은 루르드에 머물면서 그로토(성모님 발현동굴)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성모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기적 수에 몸을 담그기도 했고 미사 참례와 촛불 묵주기도 그리고 성체 강복에도 참여했다.
소년은 성모님께 꼭 낫게 해 달라며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났지만 소년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을 때 소년은 목발에 의지한 채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만 슬퍼졌고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성모님께 몹시 서운했다. 루르드역에서 기차가 막 출발할 때 소년은 저 멀리 창밖으로 성모님이 계신 루르드 성당의 종탑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소년은 이제까지 참았던 서운함과 함께 울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외쳤다.
“집에 가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당신 엄마한테 이를 거야!”
소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의 기차역에 도착하여 목발에 의지한 채 막 한 발을 내디뎠을 때 더 이상 목발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발을 짚고 일어서는 순간 치유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단순하며 꾸밈없는 소년의 마음이 성모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 소년이 다니는 성당의 주보성인은 성모님의 어머니이신 안나 성녀였다.
우리도 이 소년과 같은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년은 성모님을 인격적인 존재로, 살아 계시는 분으로 자신의 기도를 꼭 들어주시고 자신을 사랑해 주시는 엄마로 믿은 것이다.
그 때문에 소년은 성모님께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에게 절대적인 신뢰심을 가지고 있듯이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이상각 신부 - 2000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