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속속들이 아시는 하느님!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참새 한 마리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그 흔한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사랑은 서로를 알아감이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미덥고 이쁘기에 만나면 만날수록 기쁨을 느끼는 법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고 그렇게 속속들이 알기에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편, 나를 너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때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나를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게 된다.
하느님은 나를 속속들이 아시는 분이시기에 참으로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나는 하느님을 속속들이 모르고 있기에 내 사랑은 그분의 나에 대한 사랑에 비길 수 없다. 내가 진정 그분을 사랑할라치면 나 또한 그분을 속속들이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야 한다. 그분의 깊이를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나는 그분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분은 나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세어두실 정도로 나를 잘 알고 계시기에 나를 그 누구,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신다.
그분이 나를 이토록 귀하게 여기시고 속속들이 알아주시는데 나는 뭐가 그리 잘 나서 빼고 있는 걸까? 그분은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마저도 죽일 수 있는 권능을 지닌 분이신데 내가 그분보다 잘 났단 말인가?
그분은 나를 짝사랑하고 계신건가? 그분은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는데 나는 그분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관심이 없다면 이는 마치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젊은이를 콧방귀나 뀌면서 본체만체하는 아가씨같이 교만한 모습은 아닐까?
그래, 나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그분께 나도 사랑을 돌려드림으로써 함께 연인이 되자. 그러기 위해선 그분을 아는 재미에 먼저 빠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분이 이토록 좋을 수가 없구나 하며 마치 사랑에 눈먼 사람처럼 그 사랑을 떠날 줄 모르게 되리라.
자, 오늘도 그분을 찾고 만나서 그분을 배우자. 그분을 알아가자!!
오상선 바오로신부 - 200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