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묵상글
어떤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보니 다른 사람들도 십자가를 지고 가고 있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도 보였다. 각 사람이 지고 가는 십자가가 다들 커서 그런지 모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고 가고 있었다. 이 사람도 자기의 십자가를 열심히 지고 가려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청하였다. “예수님, 이 십자가가 저에게는 벅차고 무거우니 조금만 잘라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기꺼이 그 사람의 십자가를 잘라주었다. “그래, 이만하면 되겠느냐?” 하시면서.
그 사람은 머리를 조아려 예수께 감사하다고 하고 훨씬 가벼워진 십자가를 지고 걸어갔다. 그런데 얼마 후 그는 다시 예수께 십자가를 조금만 잘라 달라고 하였다. 언제나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시는 예수께서는 기꺼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제 그의 십자가는 땅에 끌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뿐하고 작아졌다. 그리하여 그는 발걸음도 가볍게 지고 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무거워졌다. 그는 다시 예수께 가서 마지막 부탁이니 아주 짧게 십자가를 잘라 달라고 했다. 예수께서는 그의 부탁대로 십자가를 잘라주었는데, 이제는 하도 작아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뱅글뱅글 돌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을 불면서 십자가를 가지고 갔다.
그러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들을 보며 미련하다고 생각하였다. “나처럼 주님께 십자가를 잘라 달라고 할 것이지, 자기들이 뭐 성인이라고.” 하고 중얼거렸다. 한참을 걸어가니 깊은 골짜기가 나타났는데 그 골짜기에는 다리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지고 온 십자가를 다리 삼아 놓고 건너갔다. 그런데 이 사람의 십자가는 너무 작아서 걸쳐볼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염치없지만 그는 앞서 가는 예수님을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예수님과 다른 일행은 너무나 멀리 가 그의 절망적인 소리는 가 닿지도 못하고 메아리만 되돌아 올 뿐이었다.
수산나의 묵상;
고통에 힘겨워하고 있는 그대에게...
지금 그대에게 고통의 십자가가 드리워졌지만 그 십자가를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주님께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차츰 그 십자가는 버팀목이 되어 결국에는 희망의 다리로 우뚝 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설사 그대의 바램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하여도, 그 고통은 잠시뿐, 더 찬란한 빛으로 주님께서는 그대에게 다가오실 것입니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이현숙 수산나
‘김건중 벤야민 신부(춘천교구) 홈’에서 - 200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