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인가, 사탄인가?
살다보면 어느 공동체든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평화롭게 지내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항상 삐딱하고 비판적이고 남을 비난하길 좋아하는 껄끄러운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창세기의 아벨과 노아와 복음의 베드로는 하느님의 이쁨을 받고, 창세기의 여인과 뱀, 카인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하느님께로부터 저주와 힐책을 당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아벨과 노아, 베드로와 비슷하게 하느님의 이쁨을 받는 사람일까? 아니면 하느님 보시기에 추악하고 악하기 짝이 없는 여인과 뱀, 카인, 율법학자, 바리사이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인간일까?
또 이 중에 한 부류에 속한다면 나의 어떤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성서적 증언을 통해 살짝 분석해 보기로 하자.
1) 하느님의 이쁨을 받은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도 순응적(?)이다. 즉 하느님의 주권과 나의 종속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의 사람들이다.
- 그래서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평화를 추구한다. 남을 비판할 줄 모르고 때론 오히려 비판을 받는다(세속적으로 어리숙 하다고...)
- 뭐든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다른 사람을 나쁘게 볼 줄 모르고 하느님을 원망할 줄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분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 그래서 적극적인 예와 즉각적인 실천가들이다. 주저하거나 뒤로 미룸이 없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이들이다.
2) 반대로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 도무지 순응하지 않고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 욕심이 많다.(재물, 명예, 권위...)
- 남을 깎아 내리고 비판하는데 열중한다.
- 말만 잘하고 자신의 책임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첫 번째 부류에 속한다면 나는 그분의 제자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탄일 것이다.
그렇지만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제자도 사탄이 될 수 있다.
베드로가 즉각적인 믿음을 갖고 순응하였을 때는 제자 중의 제자가 되었고, 그러나 돌아서서 믿음 없이 불만스럽고 걱정에 사로잡힐 때 사탄이 되었다.
내 안에서 사탄성을 몰아내자. 그리고 내 안에서 제자성을 더욱더 길러나가자.
그래야만 오롯이 그분의 제자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늘 첫째가 꼴찌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수제자가 사탄이 될 수도 있음을...
베드로 사도를 통해 우리에게 당신 제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시는 주님, 우리가 언제나 사람의 일보다는 하느님의 일에 몰두하게 하시어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제자다운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 - 2001년 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