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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떠
  ۾ : 안드레졦     ¥ : 10-03-09 01:06     ȸ : 2414     Ʈ ּ

생명의 뿌리인 하느님 아버지를 떠나는 비참함

작은아들이 아버지 집을 떠나 먼 고장, 이방인의 땅으로 갔다는 것은 더 이상 아버지의 규범과 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아버지 집에서 요구되는 틀을 벗어나 이방인의 땅에서 제멋대로 삶을 즐기는 작은아들의 모습을 부러워할 수 있다. 우리는 성서가 가르치는 대로,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부자유스러운지 안다.

피임약을 먹으면 죄다, 낙태하면 살인이다, 이혼하면 안 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고루한 규정들이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한다고 느끼면서 작은아들처럼 아버지의 규범과 법을 떠나고 싶어할지 모른다.

먼 고장에 간 아들의 처지는 마치 유혹의 바다에 발을 들여놓은 이의 처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겠다, 젊고, 몸도 건강하겠다, 생의 쓴맛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니 얼마나 흥청망청 쓰면서 살았겠는가! 작은아들의 생활은 말 그대로 ‘방탕한 생활’이었다. 방탕한 생활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Asotos는 탐욕스런 행위, 술에 취함, 흥청망청 돈을 낭비하는 행위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방인의 땅은 얼마나 쉽게 흥분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인지...

신중하지 않게 여기저기 돈을 투자하면서, 물 좋은 자리를 찾아 놀고 멋진 여자들과 그렇고 그런 친구들과 한패가 되어 노는 재미들. 먼 고장을 향해 가면서 작은아들은 분명 행복하게 살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큰돈을 움켜쥐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듯이... 그러나 돈이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언젠가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가글리아르디(Sherry Gagliardi)란 여자는 남편과 함께 2천6백만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몇 년 뒤 기자가 그녀에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었는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기를, “물론 아니지요.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결혼 상담자와 심리 치료사뿐이었습니다.” 그녀는 복권에 당첨 된지 2년 후에 남편과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마침 그 고장에 심한 흉년까지 들어서 그는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고장에 사는 어떤 사람의 집에 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은 그를 농장으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다.(루가 15장 14-15절)

벌어들이는 돈은 한 푼도 없이 매일 나가는 돈만 있다면 아무리 억만장자라 해도 언젠가는 거덜이 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돈을 물 쓰듯 쓴다면 은행돈이 다 자기 것이라 해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아들은 주머니 돈이 다 떨어지자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접하게 된다. 생전 처음 궁핍과 굶주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아무도 환영해 주지 않고 돌보아 주지 않는 처절한 외로움을 맛본다. 독립해서 자유와 행복의 세계를 즐기고 싶어했던 그가 이제는 인생의 바닥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 바닥 체험이란 유다인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작은아들은 돼지치기가 됨으로써 동족과 절연하고, 유다인이란 자신의 신원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느 누가 돼지를 치고 있는 그를 부잣집 아들이라 생각하겠는가? 신발도 없고, 냄새나는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그를 어찌 귀한 집 자식이라 생각할 것인가?

작은아들의 모습은 아버지 집을 떠난 자의 비참함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보려고 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루가 15장 16절)

아버지 집을 떠난 후로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작은아들은 이제 인간성마저 상실하게 되는 시궁창에 처박히게 된다. 먹을 것이 없어 돼지먹이로라도 배를 채우려 하면서 짐승의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를 떠난 자가 갖게 되는 마지막 추락은 인간성의 상실이다. 작은아들은 돼지먹이라도 먹으려 하지만 그나마 주는 이도 없다. 돼지먹이마저 없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데도 누구 하나 상관하지 않는다. 이 비유는 생명의 뿌리인 하느님 아버지를 떠날 때 겪게 될 비참함이 어떨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 작은아들은 아버지를 떠나 모든 것을 잃었다. 돈도, 친구도, 자신의 신원도, 나아가 인간이란 정체성도. 하지만 잃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는 것,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집을 나간 그 순간부터 집 밖에 나와서 아들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이 사랑만은 작은아들이 아무리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다. 그에게 이 사랑은 마지막 희망이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이 마지막 희망을 알려주고자 하신다. 왜 마지막 희망이라고 하는가?

우리에게 돈 한 푼이라도 남아 있는 한 하느님 아버지께 얼굴을 돌려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수께서는 알고 계시다. 또한 예수께서는 우리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고,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절망적인 처지가 되어야만 비로소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돌아온 탕자와 같이 “그 누구도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라는 절망적 상황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중에 자신의 삶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는다고 느끼는가?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절망에 빠졌다고 느끼는가?

혹시나 체념해서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가? “이제 더 무슨 노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예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실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을 향한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수께서 들려주시는 이 비유는 절망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 대자대비하신 하느님- 에서

성 바오로딸 수도회 - 2000년 11월


바오로   10-03-09 08:32
주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느끼며 주님 뜻에 보답하는 삶을 살게 해 주옵소서.
테아   10-03-09 21:13
주님(아버지)! 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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