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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 : 안드레졦     ¥ : 10-03-02 01:12     ȸ : 1979     Ʈ ּ

사순절의 기쁨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사순절과 그 목적에 임해야 하는가?

최근 사순절 주일에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그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비참한 사순절 잘 넘기게나!”

몇 년 전 피정 센터에서 일할 때 베티라는 명랑한 여자가 자주 왔다. 그녀는 어느 사순절에 특히 더 자주 왔는데 그녀가 그 사순절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베티는 커피 잔을 끼고 다니지 않으면 하루를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커피와는 잠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 드디어 부활 전야 미사가 끝나고 새벽 1시에 간식을 하기 위해 식당에 내려갔다. 그런데 베티는 곧장 테이블로 달려가더니 동이 틀 때까지 커피포트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도 커피를 즐기는 자신이 우스운지 빙글거렸다.

우리는 사순절 동안 이를 악물고 극기하던 것들을 부활절 아침이 되면 비참했던 것처럼 내던져 버리곤 하는데 이러한 자세로는 사순절의 노력은 피상적이고 불투명하고 권태로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사순절은 특별히 변화하고 싶은 것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것이므로 목표를 정해 노력하기만 하면 성령의 은혜로 틀림없이 변화할 수 있다. 이렇듯 사순절의 변화는 온전한 쇄신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가는, 줄줄이 이어질 쇄신 여정의 첫 걸음이다.

바오로 사도는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6장 15절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는 이 특별 기간을 정해 예수 생애의 시련에 대해 마음을 모아 묵상하고 그분을 닮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그분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계속해 나가는 것이 어려우므로 1년에 한 번 40일로 충분하다. 하지만 무엇을 실천하건 영구적 쇄신을 목표로 삼도록 한다.

재의 수요일 전례는 우리에게 이 목표를 뚜렷이 들려주고 있으며 미사 전문에서 이렇게 기도한다. ‘해마다 주님은 이 기쁜 시기를 주시어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마음과 정신으로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도록 준비시키시니`…`…`.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는 큰 행적들을 기억하여 당신 아들의 모습이 우리 안에 완성되도록 하시니`…`…`.’

새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순절은 실로 기쁨의 기간이자 그 목적은 단순히 ‘참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더 많이 닮아가자는 데 있다.

신자들은 부활 축일을 기다린다. 하지만 부활 축일은 우리에게 지난 사건을 기념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수의 부활로 말미암아 각자의 작은 희생과 지속적 부활이 현실 체험으로 개방되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부활을 통해 우리 안에 새 창조의 힘을 불어넣어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신다.

예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보내겠다.”(요한 16,7)

예수께서는 죽고 부활하심으로써 성부와 온전히 하나 되어 성령을 보내주신다. 성령께서는 여러 가지 큰일을 이루기 위해 오시지만 그 목적은 우리가 기쁨으로 그리스도와 하나 되게 하시려는 것이다. 성령께서 하시는 이 변모 작업은 우리가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협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언제라도 우리를 초대하시기 때문이다.

때때로 느닷없이 부르시기도 하지만 억지로 끌어들이시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사순절에 충실하게 참여하는 것이 성령께 협조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마침내 사순절이 지나고 부활 축일이 오면 이미 오래 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는 성 시므온처럼 기뻐하게 될 것이다.

‘부활절은 그 신비를 아는 이들 안에 매일, 영원토록 재현되어 우리 마음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가득 부어주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영혼을 더할 나위 없이 온전케 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으니`…`…`.

그러므로 사순절의 바다를 항해하여 부활의 항구에 기쁨으로 닿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자.’

 

- 사순절의 기쁨 - 에서

성 바오로딸 수도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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