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기도
기도를 암송하면서 다음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도말은 강둑과 같고 기도는 강물과 비슷합니다.
강둑은 강물이 방향을 잡기 위해 필요하고, 강물의 깊이와 흐름을 지켜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강물이지 강둑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기도 안에서는 하느님께 마음을 기울이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기도말은 이것을 도와주고 지탱해 줍니다. 기도말은 기도를 하게 하는 틀입니다.
말은 기도가 아닙니다. 기도는 항상 말을 넘어서는 데 있습니다.
강둑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기 위해 필요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느님 현존 안으로 잠겨들면 말은 사라지고 하느님 사랑의 바다 한가운데 있게 됩니다.
수도원의 쾌적한 환경에 둘러싸여 살 때 잔디밭 한쪽 구석에 기르고 있는 조금은 늙은 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꿩은 잔디밭을 달리다가 잠시 푸득거리며 날다가 지친 듯 금방 내려앉았습니다. 달리다가 조금 날다가 땅에 내려앉는 일은 매일 반복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묵주기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송을 한 번 외운 다음 다른 기도문으로 옮아가고, 다음에는 짧은 비상이 올 수 있으며, 여전히 암송되는 기도문들이 희미해지고 그 기도문 너머로 이끌려져 하느님의 고요함 속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의 관점이지만, 꿩이 힘을 얻는 좋고 굳건한 땅이 있기에 다시 날 수 있듯이, 우리도 돌아와서 더 잘 기도하게 해 줄 묵주기도가 있습니다.
새가 허공에 내려앉을 수 없듯이, 묵주기도는 우리 마음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혼란스럽고 엉뚱한 상상으로 떨어지지 않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묵주기도는 관상기도를 위한 방법일 수 있고, 새가 조금 날아갈 수 있게 된 것처럼 관상생활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배가 사나운 바다에서 풍랑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엔진의 힘(여기에서는 기도의 힘을 가리킵니다.)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물살이 갈라지고 파도는 배 양편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파도는 우리의 산만함을 나타냅니다. 파도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배를 흔들어 놓습니다.
배는 파도에 곤두박질치며 몹시 흔들릴 수 있지만,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거친 바다를 무사히 항해 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배가 항구에 닿습니다. 사나운 바다를 무사히 건너온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거친 바다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흐트러뜨리진 못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묵주기도를 통해서 기도를 계속하는 힘을 얻습니다.
우리가 충실히 기도한다면 목적지인 항구에 가 닿을 수 있습니다.
- 침묵에 이르는 길- 에서
성 바오로딸 수도회 - 200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