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수난 성지주일 복음의 향기
나자렛 사람 예수.
십자가형을 받은 사형수.
차라리 바라빠를 놓아주라고 떠들어대는 군중 앞에 선 예수.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내어 놓으셨다.
사람들이 상상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
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어리석을 정도로 솔직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가만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만있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지금껏 살아오던 방법대로가 아니라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어느 것 하나 예수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다 내어 놓으신 것이다.
비록 그 길의 마지막이 십자가의 죽음이었을 망정,
그리고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묵히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신 것이다.
왜 그러셨는가?
무엇 때문에 배반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사람들을 향해서 걸어 들어 가셨는가?
그렇게 많이 베풀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하느님의 아들로 인정해 주지도 않고
오히려 가시관을 덮어씌울 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무슨 힘이 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 가셨겠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사랑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마지막이 죽음으로 이어진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벗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어 놓으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숱한 미움과 냉대를 받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참아 받으며 걸어가셨다.
오히려 그런 미움과 냉대를 용서와 사랑으로 바꾸어서 다시금 돌려주고 계신다.
사람들의 분노와 저주 등 온갖 추한 것도
예수님을 거치기만 하면 자비와 용서로 바뀌어서 되돌아 나간다.
좋다는 좋은 것은 다 주시고,
나쁘다는 나쁜 것은 다 받으셨으면서도
또다시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통해서 우리에게 참된 사랑을 가르쳐 주신다.
우리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신 예수님의 깊은 자비와 용서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내내, 교회의 전례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주님께서 걸어가신 고행의 길을 재연할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그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보게 될 것이다.
승리의 부활로, 새 삶이 시작되는 감격을 누릴 것이다.
교회가 기념하는 이 성주간이 그 중요성에 있어서나 예식의 장엄함에 있어서나
전례주년의 중심 및 절정을 이룬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특별히 예수님의 수난과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성삼일 예식,
즉 빠스카 예식에 빠짐없이 참여하도록 해야겠다.
임석수 신부(인터넷 성당) - 200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