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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마
  ۾ : 안드레졦     ¥ : 10-05-17 08:18     ȸ : 2130     Ʈ ּ

불가마

그 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지금은 주님께서 조금도 비유를 쓰지 않으시고 정말 명백하게 말씀하시니 따로 여쭈어 볼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심을 믿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너희가 이제야 믿느냐? 그러나 이제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제각기 자기 갈 곳으로 흩어져 갈 때가 올 것이다. 아니 그 때는 이미 왔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너희가 내게서 평화를 얻게 하려고 이 말을 한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고 말씀하셨다. (요한 16,29-33)

요즘은 요업(窯業)계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물레나 가마를 최신식으로 바꾼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아직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도자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흙으로 빚어 만든 최초의 형상에 일정한 강도를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불을 땠습니다.

그때 당시 떠올랐던 생각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원래 도자기는 흙이었지만 도공의 손을 통해 형상이 갖춰진 다음, 몇 천도나 되는 불가마 속에서 구워진 다음에야 진정한 도자기로 태어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도자기 가마는 생명이 끝나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생명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의 순간도 맞이합니다. 그 순간은 도자기에게 있어서 수 천도나 되는 불가마 속과 같은 순간이겠습니다. 그러나 죽음과도 같이 고되고 지루한 그 고통의 순간은 우리를 사정없이 “무너트리는”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은총의 순간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큰 위로와 기쁨을 주는 말씀인 듯합니다. 살면 살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는 생각 한 가지는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갖은 고통이 우리를 좌절케 하고 실의에 빠트립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그분께서는 이 세상의 갖은 고통과 좌절을 몸소 체험하셨지만 결국 이 세상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셨으며 우리에게도 부단히 이 세상을 견디고 이겨낼 것을, 용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정진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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