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노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평생 소원이 서울 구경을 꼭 한번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차를 타고 가면 깜깜한 굴을 지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것이 늘 두려웠다.
어느 날 드디어 서울에 가야하는 일이 생겼다. 서울 구경을 소원으로 간직했던 할머니는 그러나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걱정이었다. 기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할머니의 불안은 더욱더 커갔다. 급행 열차가 긴 굴에 다다르기 전에 할머니는 너무 걱정을 한 나머지 지쳐서 그만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 잠을 푹 주무신 할머니가 눈을 떴을 때는 서울에 도착하고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땅에서 눈을 감고 긴 굴처럼 느껴지는 죽음의 터널을 지나서 눈을 뜨면 거기가 바로 하늘나라이다. 인생에서의 걱정과 근심은 무의미하다.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