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니모 성인 (Hieronymus:; 340-420)은 고대언어와 고대사에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왕궁 재판관이 되는 등 세속적 욕망을 충족 시켜나갔습니다. 어느 순간 세상의 허망함을 깨달은 그는 자기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마침내 베들레헴 인근 사막에 기거하면서 온갖 재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달려 지난날을 속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름다운 소년이 나타나 두손을 내밀었습니다.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이제야 돌아온 네가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느냐?" 순간 그 소년이 예수님임을 알아차린 성인이 대답했습니다. "예수님, 제 마음과 사랑을 모두 바치겠습니다!" 이 대답이 미흡했던지 소년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성인이 다시 말했습니다. "제 모든 제능을 바치겠습니다!" 여전히 응답이 없어 성인이 여쭈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 제가 무엇을 드려야하나요?" "네 모든 죄를 모조리 내게 넘겨라! 그리고 너는 죄 없이 살아가거라!"
예레니모 성인에게 계시된 말씀처럼 하느님은 모든 죄를 당신께 맡기라 하십니다. 더 이상 무거운 죄를 껴안고 힘겹게 살지 말라하십니다. 너무 무거워 자기 영혼이 질질 끌리는데도 그냥 무시하며 살아가는 자, 속은 썩어가고 있는데도 겉만 말쑥이 치장한 자, 그들은 단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스스로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있습니다.
신앙인은 지난 과오에 대해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번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기만 하면 됩니다. 과거에 주저앉아 자기 영혼을 포기하려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의 교만이요 마귀의 유혹에 지나지 않습니다.
때묻지 않은 사람도 없고 죄없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주님은 이러한 인간의 약점과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아십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손수 우리의 모든 허물과 잘못을 떠맡으려하십니다. 이제 여러분은 모든 죄의 멍에와 상처를 하느님께 맡기십시오. 아프고 무겁고 추악한 것들을 모두 그분께 떠넘기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이처럼 순수한 존재로 살아가십시오. 이것이 바로 자애로우신 하느님이 원하시는 바입니다. 진정한 참회와 끊임없는 뉘우침 없이는 천국과 구원은 '동화 속 이야기'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송현 신부님 romano2000@hanmail.net 평화신문 2006년 6월 11일. 제874호
Sano di Pietro, Scenes from the Life of St Jerome 1444, Wood, 23 x 78 cm Musée du Louvre, Paris
[원본 : http://www.wga.hu/art/s/sano/scene3.jpg]
성 예로니모와 사자
흔히 성 예로니모가 예술로 표현될 때에는 사자가 등장한다. 1270년 수도자들의 교육을 위해 성인들의 저술과 이야기를 발췌 기록한 “황금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예로니모가 머문 수도원에 사자 한 마리가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모두 놀라서 도망가는데, 유독 그만이 두려움 없이 사자에게 다가가 그 발에 찔린 고통스러운 가시를 빼준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동물의 왕 사자가 성인에게 유순한 아이처럼 굴었다는 것은 자연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길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임에 틀림없다. [권용준 안토니오, 경향잡지, 2005년 12월호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