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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 있
  ۾ : 안드레졦     ¥ : 10-11-28 00:10     ȸ : 2855     Ʈ ּ

깨어 있으시오!

어느 날 사자가 숲에 있는 모든 짐승에게 자기가 왕이니까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라고 명령했다. 숲의 짐승들은 숲의 왕인 사자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서 모두 문안을 갔다.
그런데 여우만은 가지 않았다. 사자의 시종이 여우에게 찾아왔다.
“너는 왜 숲의 왕께 문안을 드리지 않느냐?” 여우가 대답했다.
“사자굴로 들어간 발자국은 있는데, 나온 발자국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우는 발자국의 흔적을 통해서 사자가 문안드리러 온 짐승들을 다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읽었던 것이다.

이솝 우화집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오늘 우리는 과연 시대의 징조를 읽고 사는가?
예수께서도 무화과나무를 보고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가지가 연해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워진 것을 우리가 알듯이, 세계의 종말의 징조를 읽으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을 읽지 못하면 우리도 사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사자굴로 들어가 제물이 된 짐승들처럼 어처구니없는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세계 종말의 징조를 일러주시기 위해 상징적 언어를 사용하셨다.
그 언어는 참으로 해독하기 어렵다.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잃고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아마도 이것은 지고하신 심판자 하느님의 위엄 앞에 선 인간과 우주의 혼동과 놀라움과 자기 분열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만일 우리가 깨어 있지 않으면, 거대한 혼돈과 분열상을 보여주는 세계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표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세상의 종말, 그것의 시와 때는 아무도 모른다.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그때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할 일은 영적으로 깨어서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깨어 있습시다.”(1데살 5,`6)
사자굴 앞에서 발자국의 흔적을 살폈던 여우처럼 깨어 있는 자는,
갑작스런 변혁과 혼돈과 시련의 때를 당해도 당황하지 않고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성 바오로딸 수도회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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