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단상(斷想)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첫째, 사랑은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 없는 사랑은 죽은 사랑’이란 말이 있다.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는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수께서는 구체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인간이 되어 오심과 십자가상의 죽음은 바로 우리에 대한 사랑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하신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우리 시대에 하느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던 성녀 마더 데례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대들의 손은 봉사에 그대들의 가슴은 사랑에 내놓으십시오!”.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무언가가 있는 말씀이다.
둘째, 사랑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제에게 베푸는 작은 호의와 친절, 미소,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 남의 마음과 필요를 살피는 세심한 배려 등은 바로 사랑의 구체적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진리는 먼 데 있지 않고 일상 안에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작은 것들 안에 위대함이 담겨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일상의 작은 일들은 바로 우리 사랑을 담고 표현하는 도구들이다.
끝으로 형제에게 행한 이러한 사랑은 곧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모습을 보곤 한다.
도무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하느님 사랑을 잘 못 이해하는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에는 자연미가 있듯이 인간에게는 인간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도 요한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별개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자기 형제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형제에 대한 구체적 사랑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주님께 받은 계명이다.
이 가르침은 우리가 이미 머리로 너무 잘 아는 내용들이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실천하지 못하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평범한 이 진리를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참으로 하느님 사랑 속에 푹 빠져 거기에 머물게 될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수도영성 자료”에서
허 로무알도 신부 - 200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