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마태 13,24-30)
맨 처음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이야기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동물에게 똑같이 30년의 수명을 주셨다. 그런데 어느 날 소가 와서 신세타령을 하면서 30년은 너무 길다고, 수명을 줄여 달라고 하면서 10년을 반납하였다.
조금 있으니까 개가 와서 소와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10년을 반납하였다.
조금 더 있으니까 이번에는 원숭이가 와서 수명을 줄여 달라고 하소연을 하면서 10년을 반납하였다.
그 뒤에 사람이 하느님 앞에 와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30년이라는 수명은 너무 짧으니 더 늘여 달라는 것이었다.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앞의 동물들이 반납한 수명을 사람에게 주었다.
그래서 사람은 30년 동안은 인간답게 살다가, 그 후 10년은 소처럼 일만 하고, 그 다음 10년은 은퇴하여 개처럼 집만 지키며 살다가 나중에는 원숭이와 같이 어릿광대 짓을 하며 살다가 생을 마친다는 것이다.
지금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의 정의로우심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어떤 이는 못된 짓을 해도 잘살고, 어떤 이는 착하게 살아도 고통만 겪으며 사는지?
왜 어떤 이는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성공하고, 어떤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만 하는지?
왜 어떤 이는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 놓으셨고, 어떤 이는 추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든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졌고 하느님의 능력까지 의심하기도 했다.
어쩌면 인간은 추가로 받은 30년이라는 덤에 대해서 심판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처음 30년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였기 때문에 사람답게 살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머지 30년의 삶을 얼마나 인간답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받은 덤을 인간다운 삶으로 변화시킬 때까지 기다리고 계신지도 모른다.
우리는 쉽게 판단하고 쉽게 단죄한다. 아마 우리가 잠시 동안 하느님이 될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수없이 뒤집어엎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께서는 오늘도 말씀하신다.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야곱의 우물’에서
성 바오로딸 수도회 - 200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