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주님, 주님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오 8, 1-4)
나병환자를 말끔히 치유시켜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우리는 그분의 확고한 정화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순수함, 순결함, 순진무구함 그 자체셨습니다. 세상 한 가운데서 사셨고, 언제나 저잣거리 그 한가운데를 걸어 다니셨지만 결코 세속에 물드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깨끗한 예수님이셨기에 세상 사람들은 그분을 그냥 두지 않으셨나 봅니다.
인간의 본성은 또 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 인간의 순결함이나 순수함을 지속적으로 간직해나가기 힘들게 만듭니다. 또한 사람들은 지극히 순수하거나 깨끗한 상태를 그냥 두지 못하는 심리를 지니고 있어서 어떻게 해서든 빨리 훼손시키고 속화시키고자 기를 씁니다.
그래서 더욱 예수님의 삶이 빛을 발하고 충만한 가치를 지닌 채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그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거룩함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세상을 거룩하게 만들려는 그분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인간이 지닌 오욕과 악으로 기우는 경향과 정면으로 맞서서 투쟁하셨습니다. 인간 세상의 혼탁함과 부정함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던 예수님이셨기에 더욱 열렬히 거룩하신 하느님을 추구했습니다.
혼탁하고 매정한 세상 그 한가운데서 사셨지만 결코 세상의 소유물이 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생애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 큰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더러운 용기를 씻지 않고 거기다 샘물을 길어다 부으면 그물은 더러운 물입니다. 물이 깨끗해지려면 먼저 그 담는 곳을 깨끗이 하여야 합니다."
참으로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거룩하신 하느님을 선포하면서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죄로 오염되어 타락한 상태에 있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웃을 것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처음 우리가 지녔었던 그 열정과 순수했던 마음들을 회복하고 청정한 생활규범을 통해 우리 자신을 깨끗이 정화시켜나가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200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