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완성!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부르다 마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나그넨 걸 그리운 사람끼리 가슴깊이 새기고 살자...>
가사가 정확치는 않지만 늘 흥얼거리던 노래다.
인생은 미완성!
그렇다!
인생은 미완의 작품이고 끊임없이 그려 나가야 할 대상이다.
이쯤이면 완성되었다 할 때가 없고 끊임없이 계속 미완의 상태로 남는 게 인생이다.
인생은 <지금, 여기>(hic et nunc)를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아직>이며 <좀 더>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상태가 아무리 행복해 보인다 하더라도 거기에 속아서는 안 되고,
반대로 지금의 상태가 너무나 괴로워보여도 거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요한 16,16)
<조금 있으면...>, <얼마 안 가서...>
제자들은 예수님이란 분을 만나 부르심을 받고 꿈에 부풀었다.
그 어떤 고생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따른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뿐...
그분은 끝내 그냥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버리셨다. 이 실망, 이 좌절...
그러나 그 실망과 좌절도 한 순간이었다.
그분이 부활하신 것이다. 부활하신 당신의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셨던 것이다.
제자들은 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고 복음은 전해준다. 이 기쁨에 만끽해 있을 때 그분께서는 이제 <조금 있으면...>하며 말문을 조심스레 여신다.
제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슬픔을 안겨줘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좀 있으면 가야 한다. 미안하다, 제자들아. 하지만 <얼마 안 가서...> 협조자인 성령을 너희는 받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기쁨과 행복, 실망과 좌절은 순간일 뿐이다. 여기에 집착하면 인생을 잘못 살게 된다.
요즈음 자살하는 사람들을 많이 뉴스에 접하게 된다.
인생을 한 순간의 행복과 좌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 사랑과 배반이 엉켜있는 장이다. 그게 전부인양,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지금 어렵고 힘들다면, <얼마 안 가서...> 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야만 늘 희망하며 살 수 있으리라.
내가 지금 행복에 겨워한다면, <조금 있으면...> 이라는 주님의 말씀도 기억할 것이다.
그래야 덜 행복한 순간이 오더라도 실망하지 않으리라.
결국 인생은 미완성이 아닌가! 결국 인생은 나그네 길이 아닌가!
오상선 바오로 신부 -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