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요한 14,7-14)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건너편의 한 가족을 본 일이 있는데, 말 그대로 부모와 자녀였다. 앉아 있는 순서도 나란하게 앉아있었다. 아빠, 아들, 엄마, 딸
나는 그 한 가족을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닮았을까 하면서 유심히 쳐다보았다.
한 마디로 붕어빵이었다. 아들은 아빠를, 딸은 엄마를 쏘옥 빼닮았다.
성격은 모르겠지만 모습만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아들을 보면 아버지를, 딸을 보면 어머니를 바로 알아차릴 정도였다.
오늘 제자들이 예수님께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하는 말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라고 말씀 하신다.
그렇다.
예수님은 무슨 일을 하든지 맨 먼저 하셨던 일은 아버지께 기도하신 것이었고 그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깨닫고 아버지의 일을 해왔던 것이다.
“못 믿겠거든 내가 하는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이는 예수님께서 얼마나 아버지의 뜻을 충실히 해왔는가를 보여주신 말씀이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일도 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이라는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들인 우리들은 뿌리에서 빨아올린 수액을 충분히 섭취하고 햇빛이라는 주님의 은총을 받아 풍성한 열매를 맺어 나갈 수 있으리라.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자식이 잘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면 이웃 어른들은 그 아버지에게 한결같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자네 자식 농사 한 번 잘 지어냈구만, 허허허”
우리 자신들도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충분히 발휘하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맡겨진 사명을, 즉, 아버지의 뜻을 충실하게 해 나간다면 그것이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이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믿지 않는 이들이 우리들의 행위를 보고 주님을 믿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믿고 싶어 할 것이다.
오늘도 아버지의 뜻이 나에게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잘 살피고, 그 뜻을 따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나를 보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누구든지 알아볼 것이 아닌가,
붕어빵처럼 빼어 닮은 아들과 아빠, 딸과 엄마를 알아보는 것처럼......
성 바오로 수도회 -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