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케이슨과 내부격자가 파손된 케이슨<강정마을회 제공>
8800톤 규모 7개 케이슨 태풍에 직격탄...복구 불가시 환경파괴 우려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가장 큰 구조물 중 하나인 케이슨이 연이어 태풍에 훼손되면서 경제적 손실은 물론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27일 밤부터 불어닥친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의 여파로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에 임시 투하된 케이슨이 모두 훼손됐다.

제주해군기지 제1공구(시공사 삼성물산) 시설물인 케이슨은 방파제의 뼈대가 되는 대형 구조물이다. 1공구에 투입되는 케이슨은 무게 8800톤, 높이 20m로 아파트 8층 규모에 버금간다.

삼성물산은 화순항에서 2013년말까지 8800톤급 케이슨 57개를 제작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시킬 방침이다. 현재까지 총 7개가 임시 투하됐고 2개의 케이슨이 화순항에서 대기 중이다.

케이슨은 한번 바다에 투하할 경우 물밖으로 꺼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삼성물산은 케이슨을 강정바다로 이동시켜 수중에 일부를 가라앉히는 가가치작업을 진행해왔다.

   
▲한줄격자만 남고 모두 파괴된 케이슨 <강정마을회 제공>
가거치된 케이슨은 준설작업이 끝나면 케이슨 안에 모래나 돌을 넣어 바닥으로 가라 앉힌다. 이 작업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해군기지 방파제 건설이 이뤄지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 가거치된 7개 케이슨의 상당수가 파도에 파손됐다는 점이다. 이 모습은 태풍 볼라벤 북상 당시 강정활동가들의 카메라에도 목격됐다.

케이슨 이외에도 40톤 규모의 테트라포트(TTP. 일명 삼발이)의 상당수도 파손되고 파도에 휩쓸려 갔다. TTP 적출장인 접안시설도 일부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케이슨이 훼손되자 강정마을회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강정마을회는 "철옹성처럼 보이는 케이슨이 파도 때문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8800톤 케이슨이 속절없이 무너진 모습을 보면서 참담하다"고 밝혔다.

   
▲28일 태풍 볼라벤 북상 당시 파도에 기울어지고 있는 케이슨. <제주의소리 DB>
이어 "자문결과 외벽이 무너진 케이슨을 물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오로지 수중 발파를 통해 조각내어 회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은 거대한 수중 폐기물만을 양산한 결과를 만들었다"며 "향후 케이슨을 발파해 회수할 경우 수중생태계가 교란되고 폐기물만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강정마을회는 "국가예산 수백억원을 들여 쓰레기만 만들어낸 이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부실 책임을 해군에게 묻고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슨 투하 등 1공구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감리단은 이와 관련 현장 전문가를 투입해 훼손범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해군제주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시공사와 감리단에서 케이슨 피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리된 자료가 나오면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지난 3월 이뤄진 케이슨 1,2호기 임시투하 모습. <제주의소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