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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서강대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사람은 한번 태어나서 꼭 죽게 돼 있다. 가죽을 입을 때가 있는가 하면 벗을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자살이라는 것이 절대 바람직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살자를 위해 미사를 올리는 걸 금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은 86년쯤 세례를 받았지만 신앙에 신실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이를) 죽는 순간에 참회했다면 모르겠는데, 가톨릭의 전통은 공개적으로 자살한 분을 위해 미사 올리는 것을 못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총장은 “매일 미사를 올릴 때 모든 죽은 이를 위해 하나님께 자비를 빌고 기도하기 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위해서도 그 분 영혼의 안식과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조용히 기도할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미사 올리지 않는 게 가톨릭 교회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사람은 한번 태어나서 꼭 죽게 돼 있다. 가죽을 입을 때가 있는가 하면 벗을 때도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자살한 것 대해서는 참 마음이 아프다. 오죽이나 답답해서 그 죽음을 선택했겠느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보혁 갈등과 세대, 계층 간 대립을 증폭시키고,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봉하마을에만 27일까지 90만이 넘는 추모객이 다녀가는 등 전국적인 추모열기가 높은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공과 한국인의 심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분이 자살한데다 그 분이 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삶의 스타일이 개방됐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가까이 해서 그 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주목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또 한국 사람들은 욕을 하다가도 사람이 죽으면 같이 슬퍼하고 죽은 이 위해서 용서하고 잘 되기를 기도하는 특별한 심성을 가졌다. 그런 게 다 합쳐져서 추모객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너무 저항적이라는 비판도 듣지만, 단점도 있으면 장점도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한국 사람들은 죽고 난 뒤에 그 분의 단점보다 장점을 기억하고 죽은 이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 축원하는 특별한 심성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장은 ‘검찰의 과잉수사가 노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의 선택을 하게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스스로 아무리 그런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죽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며 “(그런데도) 죽음을 선택한 것은 하나님만이 그 이유를 아실 것이지, 인간은 부분적으로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신 혹은 측근 등의 잘못이 드러나자 “자신도 창피하고 답답하니까 그 길 선택했겠으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의 과잉수사 여부나 노 전 대통령의 혐의 등은) 검찰이 더 잘 알 것이다. (과잉수사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화해와 용서 등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남은 이들이 이를 가슴에 새기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신이 돼서 말도 못하는데 자살이라는 죽음을 통해 무언의 언어, 침묵의 언어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 앞에 우리가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