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모임이 잘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언젠가는 잘 되려니 하는 신자, 잘될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보는 신자, 신부님이나 소공동체 회장 그리고 구역·반장들의 일이니까 그들이 알아서 잘해 나가겠지 하는 신자, 우리 소공동체는 잘 되고 있다는 신자 등 여러 상황의 신자들이 있을 것 같다.
수원교구 제1차 시노두스 이후 소공동체 활성화 사목을 시행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소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묻는 2009년 교구 복음화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자들은 ‘소공동체 모임 안에서 이웃 신자들 간 친밀’이나 ‘본당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소속감 확인’을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고 손꼽았다. 또한 ‘사랑 실천’으로 모임을 통해 이웃에 봉사하고, 냉담자와 외짝 교우를 더 적극적으로 인도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런데 교회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냉담자는 계속 늘어나고, 새신자들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식적으로 기초 공동체 모임인 소공동체 모임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내가 사는 지역에 신명나는 그리스도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터인데, 왜 그렇지 못할까?
소공동체는 친교와 나눔, 그리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때 본연의 진가를 발휘한다. 즉, 신명나는 그리스도 신자 모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명나는 공동체가 되지 못한다면 친교도 이룰 수 없고, 나누는 삶과도 거리가 멀며, 신자가 아닌 이웃들에게 호감을 살 수도 없다. 만일 소공동체 모임이 잘 안된다면 우선 이러한 부분들이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친교의 교회상’을 가장 잘 구현하는 교회 공동체 모델로서 사도행전(2, 42~48)에 나타나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을 지향한다. 먼저 소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복음’을 모임 중심에 둔다. 그리고 복음을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복음을 내 삶에 투영하고, 내 삶의 가장 소소한 변화라도 복음을 통해 그것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나눈다. 그리고 복음 말씀대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즉, 소공동체는 삶을 함께 공유하는 같은 지역의 신자들이 함께 하느님 말씀을 듣고, 나누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명을 지역 공동체 안에서 실현해 나가는 ‘체험적인 신앙공동체’라 정의할 수 있겠다.
따라서 우리 소공동체 모임이 잘 되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할 일은 내 자신이 복음 안에서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겉으로만 복음에 심취하지 말고, 세속적인 내 가면을 벗고 진심을 다해 내면적으로 복음의 예수님과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소공동체가 잘 되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내가 실천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