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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2014-09-05 09-05
아직 여름의 여운이 진하게 서려 있습니다만, 아침저녁으로는 새로운 절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합니다. 가을이 다가오면 독일 시인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유명한 시가 떠오릅니다.
“주님,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중략)/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이 시에 대한 정서와 의미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누구나 스스로의 내면이 얼마나 성숙되고 무르익었는지를 겸허하게 살펴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의 앞부분이 절대자를 향하도록 초대하고 자연과 절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도 주님의 말씀으로 성숙되는지를 진지하게 살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무르익고 성숙했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강해져서 흔들림 없어 보이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고집하며 완고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주님께서 깨우쳐 주시는 새로운 의미에 눈뜨고 반응하는 부드러운 마음에서 성숙함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은 기쁨에 대한 적절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존재는 부드럽고 향기로우며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맞이하는 가을을 잘 익은 과일처럼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가는 시간으로 선용할 것을 다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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