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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2014-09-11 09-11  
 






오늘의 묵상
‘9·11’이라는 숫자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에 대한 테러로 말미암아 불안한 21세기 세계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이 끔찍한 참사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허망하게 산산조각 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표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비극적 사태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게 하는 뼈아픈 사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가 지금까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 결과가 다시 폭력과 혼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요즈음의 국제 정세에서 확인합니다. 그날 비극의 본질은 증오와 힘이 더 이상 평화를 유지시키거나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지만, 우리 시대는 응징과 테러의 악순환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며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심을 기억하고 서로 자비로워야 한다고 이르십니다. 이 말씀을 선택할 때만이 불안과 증오, 경멸과 좌절이 지배하는 21세기가 평화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정치로 말미암아 속절없이 희생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시대의 구원이 개인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상실감의 고통 속에서 비극을 망각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사랑하며 살아가는 힘을 발견하고,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으며 마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의 희망입니다.
미국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영화는 이러한 개인의 소중함을 잘 보여 줍니다. 어린 소년과 어머니는, 너무나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를, 따뜻하고 책임감 강한 남편을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한복판에서 잃습니다. 상실감은 채워질 길이 없어 어머니와 소년은 고통의 나날을 보냅니다. 그럼에도 모자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어린 아들은 어머니의 표현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였고, 어머니는 근심과 슬픔을 묵묵히 이겨 내며 아들과 함께합니다.
이 영화는 참된 애도가 무엇인지,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상실감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소년은 아버지의 상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늘 아버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없이 못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알았어요. 아빠도 알면 뿌듯할 거예요. 전 그거면 됐어요.”
죽은 아버지를 돌아오게 할 수는 없으나 스스로의 의미 있는 삶이 아버지의 ‘존재와 의미’를 되살린다고 믿는, 영화의 소년과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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