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車) 안의 성물(聖物) 미신 아닌지요?
“저는 3년 전에 세례를 받은 여성 신자입니다. 입교 전에는 몰랐는데 신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차 룸 밀러에 묵주를 걸어 놓거나 운전석 앞에 십자고상을 세워놓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묵주나 고상은 기도를 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도구라는 생각인데 이것을 차에 걸어 놓는 것은 단지 사고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기복적인 신심 또는 미신이 아닌지요?”
실상 하느님을 믿는 신자들이 성물이나 성상들이 때로는 어떤 영험한 효력이 있다는 생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자동차에 걸어두면서 그 효험을 기대한다면 그러한 행위는 분명히 일종의 준 마술적 행위로서 하느님께 대한 참된 예배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어떤 신자들은 상본이나 성인의 유해와 같은 성물에 손을 대거나 그것을 목에 걸고 다니거나 혹은 일종의 부적처럼 옷 속에 넣고 다니는 순전히 기계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위의 바탕에는 하느님과 성인들께 드리는 예배나 공경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 성물들 자체에서 특별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믿는 신앙의 오류가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참된 신앙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행위이며, 큰 악표양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죄가 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많은 신자들은 이러한 무질서를 알지 못하고 순전히 무지에서 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죄를 면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오랜 전통에 따라 성화나 성상을 모시는 관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관습이 위에서 언급한 신앙의 오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관습의 바탕에는 신자들이 성상을 대할 때마다 비록 눈에 보이는 분들은 아니시지만 늘 우리 곁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님, 성인 성녀들에 대한 생각으로 흠숭과 공경을 쉽고도 효과적으로 드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긍정적인 이유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매우 크지만 이따금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톨릭 신자들은 우상 숭배를 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게 하기도 하고, 가톨릭교회의 신심도 다분히 기복적인 신심 형태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게 합니다. 이러한 오해나 지적은 분명히 우리 신자들의 성상에 대한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니 만큼 우리 신자들도 그러한 성상이나 성물을 대할 때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동차에 묵주나 십자고상을 걸어두는 이유가 그 성물들 자체가 자동차로 인해서 생기게 될 온갖 위험들에서 보호해 주리라는 생각 때문이라면 이는 분명 미신이며 죄가 됩니다. 다만 이러한 성물들을 통해서 보다 용이하게 주님과 성모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면 운전을 할 때에도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운전의 자세도 매우 겸손해진다거나 더 나아가서 운전 중에 욕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그러한 욕도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이 자동차 안에 성물이나 성상을 두는 것이 반드시 미신이나 기복 신앙의 표시는 아닙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리 신자들의 자세가 스스로를 우상 숭배자로 만들거나 혹은 올바른 신심을 가진 신자로 변화 시키던가 할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이 자동차 안에 걸어 둔 성물이 효력을 발휘하여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그 성물로 인해 내가 기도함으로써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는 것이겠지요.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홈페이지 - 신앙상담에서 - 200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