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감사의 마음
감사는 기도의 네 가지 요소인 찬미, 감사, 속죄, 구은 가운데 하나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 전통이 담긴 150편의 시편 중 33편의 시편에 감사 내용이 들어 있다.
감사와 기쁨의 삶은 배은이나 원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감사하지 못하는 인간은 하느님의 은혜를 깨닫지 못한다. “인간은 하느님을 알면서도 하느님으로 받들어 섬기거나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생각이 허황해져서 그들의 어리석은 마음이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로마 1,21)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할 때 감사할 줄 모르고 원망하였다. “이집트에는 묻힐 데가 없어서 우리를 광야로 끌어내어 여기에서 죽이려는 것이냐? 왜 우리를 이집트에서 끌어내어 이렇게 만드느냐? 우리가 이럴 줄 알고 이집트에서 이집트인들을 섬기게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하지 않더냐? 이집트인들을 섬기는 편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하지 않았느냐?”(출애 14,11-12) 배고프고 목마를 때에도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투덜거리며 하느님을 원망하였다.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출애 16,3)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려 내왔느냐? 자식들과 가축들과 함께 목말라 죽게 할 작정이냐?”(출애 17,3) 감사할 줄 모르던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복지를 디뎌 보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어 묻혔고, 그 후손 대에 와서야 비로소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감사는 신앙의 행위이다. 신앙인은 역경과 불행 중에도 하느님의 섭리와 손길을 보기에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감사하며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도 용서할 수 있다. 성조 요셉의 모범이 그 좋은 예다. 그는 형들의 시기를 받아 이집트에 팔려가서 온갖 고초를 당하고 종살이와 감옥살이를 하였으면서도 원망하거나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한 사람이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나를 이집트로 팔아 넘겼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나를 이 곳으로 팔아 넘겼다고 해서 마음으로 괴로워할 것도 얼굴을 붉힐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리시려고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 하느님께서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 보내신 것은 형님들의 종족을 땅 위에 살아남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나를 이 곳으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십니다.”(창세 45,5-8)
성서에서 또한 우리는 어려움 중에도 늘 감사하라는 가르침(유딧 8,25)과 우리가 당하는 모든 어려움에서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신뢰하고 감사하라는 가르침(2마카 1,11)을 볼 수 있다. 토비트 경전에는 맹인이 된 토비트가 어려운 곤경 중에도 원망하지 않고 하느님을 신뢰하고 기도함으로써 모든 역경을 다 이겨내어 아들까지 축복을 받고 본인은 시력을 되찾는 등 가정의 축복을 얻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토비 2―11장). 또한 욥 성인도 시련의 삶 속에서도 하느님을 찬양하며 그 섭리에 순종하였고 결코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벌거벗고 세상에 태어난 몸, 알몸으로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던 것, 주님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다만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지라.”(욥 1,21)
예수님께서도 당신 몸소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셨다. 마태오 복음 14장 15-19절에는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실 때 감사의 기도를 올리셨고, 26장 26-29절에는 최후의 만찬 때 감사 기도를 드리셨다.
사도 바오로도 감사하는 삶을 사셨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끊임없이 가르치셨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십시오.”(골로 3,15),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 5,16-18), “모든 사람을 위해서 간구와 기원과 간청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라고 권하는 바입니다”(1디모 2,1).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 - 2001년 12월